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문학동네
    읽다 2022. 1. 22. 11:27

    2022년부터 DLS독서 서평단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된 활동은 월별로 정해진 주제에 따라 최근 3년 이내 출간된 책을 선정해 서평을 올리는 것이다.

    1월의 주제는 철학, 2월의 주제는 진로다.
    서평단끼리 서평할 책이 겹치면 안되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찜해두고 천천히 읽다가 마감시기(20일이라는 걸 어제 알았다)를 넘겨가며 간신히 서평 완료했다.

    흔히 천문학자들은 천체망원경을 끼고 살 거란 이미지가 있지만, 천문학자들이 실제 하는 일은 천문관측소에서 보내온 자료들을 분석하는 것이다.

    영화 <돈룩업>을 보면 곧 다가올 인류 멸망의 징조(혜성 충돌) 앞에서 사람들은 경제적 잇속을 챙기다가 생존을 가름하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뭔가 우주적으로 생각하면 세상사가 자잘해져서 자인한 자본가들조차도 관대해질 것 같은데 인간의 이기심은 우주를 벗어나는 것 같지만 영화는 영화니까.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연구자’로 국내 유일무이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우주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을 담당한 저자는 진도를 진행할수 없는 강의 첫 시간에 심사숙고해서 뽑은 5가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말 우주는 영어로 유니버스, 코스모스, 스페이스 등으로 번역되는데 각각의 우주의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하는 게 첫번째 질문.

    일상생활에서 세칭 싸이코로 불리는 이들을 두고 안드로메다에서 왔냐, 안드레메다로 보내버려야지 하는데 실상 안드로메다가 저토록 인류애가 돋보이는 말이었다니, 문과생들은 안드로메다를 운운할 때 조심할지어다!

    역사상 한 왕조가 500년을 구가한 사례가 없으며 또한 그 왕조의 역사를 왕조차도 손댈 수 없게 독립적인 기관을 두어 남긴 전무후무한 기록물 <조선왕조실록>에는 매일의 기상 상태가 기록되어 있어 천문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K-컬쳐붐을 타고 우리의 <조선왕조실록>의 기록들이 세계에서 재조명을 받았으면 좋겠다.
    서양의 천체기록이 개개인의 연구성과물로 이루어진 데 반해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하에 체계적으로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기록은 국사편찬위원회 사이트로 들어가 조선왕조실록을 찾으면 한글로 번안된 것을 손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천체기록을 찾아 에세이를 쓰게 하는 과제물을 제시한다고 한다. - 이것은 학교 현장에서도 활용가능할 듯 하다.
    혹시나 해서 평등이나, 자유 같은 정치적 개념을 넣어봤는데 사회과 과제로 연결하려면 내가 좀더 숙고를 해야할 것 같다.

    저자는 타이탄연구로 박사학위 취득후 자연스럽게 달로 연구주제를 바꿔 크레이터를 연구한다.
    이 과정에서 천문학계에 주목한 발견을 해서 학계 발표를 하면서 <네이처>지에 실릴뻔 하기도 하는데 정작 국내에서 그녀가 이름을 알린 것은 달탐사 50주기 기념으로 <네이처>지가 한국을 포함한 5개국 달연구가들과의 인터뷰 기사가 나가고 나서였다.
    - 외국에서 인정받아야 국내에서 인정받는 이런 수순은 언제쯤 바뀌려나…

    좁디좁은 국내 천문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낸다고 해서 안정적인 지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워킹맘으로써 육아와 연구를 병행하느라 고달프고 박사후 연구원이란 비정규직 신분이기에 주기적으로 고민이 반복된다.

    재밌어서 옮겨보았다.
    지구별이 아니라고. 지구행성이라고.
    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라고.

    해질녁 노을을 관악산에서 만끽하고 싶어서 올라간 산행길. 해지기 전에 하산해야한다는 기본적인 산행의 상식을 잊은 그녀를 위해 처음 만난 부부가 산중턱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안전하게 하산하게 도왔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는 글에서 인용된 구절.

    “머지 않은 장래에 사라져버릴 위험에 처해 있는 일시적 존재”를 위해 우리 사회에서는 사심없이 도움을 건네는 이들이 있고 이 별같은 존재들이 우주처럼 사회를 빛낸다.

    우리나라는 인공위성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어깨를 견줄만 하지만 달 탐사 분야에서는 아직 초보적 수준이다.

    달 탐사는 천문학자만의 일이라고? 천만의 말씀!
    달 탐사선을 쏘아보내기까지 필요한 직업군이 수만가지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기까지 수많은 협력업체의 손길이 필요하듯이 달탐사 또한 기업과 의료계, 각종 전문가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달 탐사를 비롯한 행성연구는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연구사업이므로 기업이 아닌 정부가 주도해야하고 이들을 지지해줄 국민적 관심도 필요하다.- 이 책을 ‘진로’분야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매니아지만 선수급은 아니고 하필이면 의대에 진학할 성적이 나왔다면 기꺼이 의대에 진학한 후 팀닥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성덕(성공한 덕후)의 길이 아니던가!

    배곯을까봐 천문학을 전공하는 걸 포기했다면 그들을 지원해줄 다양한 산업 분야에 종사하면 되는 것이다!

    영화 마션에서는 사고로 홀로 남은 주인공이 고독과 공포에 맞서는데 있어 동료가 남긴 음악이 힘이 되어 준다.
    미항공우주국에서 유인우주선 발사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도 우주비행사를 위한 음악을 선곡했는데, 거기에 BTS의 <소우주> <134340> <문차일드>가 들어갔다고 한다.

    세 곡다 우주와 관련된 곡이며 <134340>은 2007년엔가 행성에서 소행성으로 지위가 떨어진 명왕성을 실연에 놓인 연인의 참담한 심경으로 빗댄 곡이다.
    이곡에서 나의 최애, 슈가의 랩파트를 가장 사랑한다

    우리 말중에서 엄마를 지칭할 때 ‘우리 엄마’라고 당연한 수식어처럼 ‘우리’를 붙이는데, 천문학 계열 논문도 그런가보다.
    그런데 그 ‘우리’가 공동연구가 아닌 개인의 학위 논문에서도 관용적으로 쓰이곤 하는데 그 이유가 천문학적 성과는 천문학자 개개인의 공적이 아니라 인류의 공적이기 때문이래서란다.

    천문학자가 별을 보지 않는 이유는 전 세계의 천문관측소의 자료가 1년이 지나면 모두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굳이 스스로 관측하지 않아도 업로드된 자료를 보고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세상을 전진하게 하는 힘은 ‘나’가 아니라 ‘우리’였던 것이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