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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글쓰는 딸들》 #3. 콜레트와 시도
    읽다 2022. 1. 2. 11:56

    《글쓰는 딸들》에 소개된 세 작가는 뒤로 갈수록 연장자다. 콜레트가 가장 나이가 많다는 말.

    한 사람의 삶이란 세상에 내던져진 돌맹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산속에 던져졌다면 적당한 자연의 마모만 겪었을 터이고, 흙속에 묻혔다면 세상 빛을 보지도 못한 채 마감했을 것이고 바닷가에 던져졌다면 원하든 원치 않든 파도가 주는 압력에 따라 매끄러워졌으리라.

    세 작가의 어머니 중 가장 자의식이 강한 엄마 시도. 아픈 딸을 위해 병간호를 와줬으면 하는 사위의 편지에 저렇게 화답한다.

    앞의 두 엄마, 마리와 프랑수아즈를 절묘하게 혼합해놓은 엄마상이랄까.

    애칭이 내포하는 의미가 저토록 위압적일줄이야. 하긴… 그 사람의 본연의 이름을 덮고 자기 방식대로 부르는 애칭은 그것을 붙인 사람의 시선,의도가 담겼다고 봐야하니 틀린 말은 아니지.

    하여간 세 엄마 중 가장 칭찬이 많았던 시도.

    하지만 사춘기앞에 완벽한 엄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춘기를 왜 심리적 이유기라 하겠는가.
    자신을 낳아준 부모, 기성세대와의 결별을 예고하는 과도기니까.
    세상에 오롯이 독자로 서려면 어찌됐든 양육자를 배신해야한다. (그 끈을 놓지 않으려는 부모와 자식사이에 그토록 처절한 애증싸움이 이 시기에 벌어지는 거겠지만…)

    비단 모녀간의 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면 애정했던 만큼 환멸이나 싫증도 배가되는 법이니.

    어쨌든 시도도 ‘넘치는 어머니’부류였던지, 콜레트는 시도로부터 도망치기에 바쁘다.

    어쩌면 분에 넘치는 소비를 했던 콜레트 일가는 가세가 기울고 유산 한 품 없는 처녀의 미래란 돈많은 남자에게 간택당하는 것이다.

    19세에 콜레트는 아이가 있는 독신남 윌리와 결혼한다. 파리의 유명한 저널리스트였던 윌리는 콜레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녀가 쓴 글을 자기 이름으로 출판해 인기를 끈다.
    - 이 시기 윌리가 지어준 이름 콜레트를 그대로 쓴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글쓰는 딸들》의 세 작가의 공통점 중 하나가 동성애를 했다는 것인데 콜레트는 미시를 통해 받은 정신적 물질적 지원이 윌리로부터의 독립을 수월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아… ‘대체아이’는 이렇게도 이어지나…
    말년의 콜레트도 그 시기의 시도처럼 자신의 딸이 자주 방문해주기를 염원한다. 부모와 자식간의 장면은 시대를 넘어 되풀이된다. 그것이 숙명이겠지만…

    《글쓰는 딸들》은 그 방점이 ‘딸들’에게 있는 탓에 세 작가보다는 오늘의 그녀들이 존재하기까지(글쓰기에 내몰리기 까지) 그녀들의 무의식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어머니의 삶을 더 깊에 반추한다.

    그래서 이 책은 딸을 둔 엄마들이 읽어야한다. 자신의 딸이 유년의 기억부터 청소년기를 거쳐 독립된 삶을 살아가기까지 어머니 또한 현명한 양육자에서 독립된 노년의 삶을 가꿔나가야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자칫 지루하고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작가가 곁들인 심리학적 분석 덕분에 무게와 품격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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