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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향 <오만과 편견> 1부
    읽다 2021. 7. 4. 18:12

    민음사 북클럽 [책과 향] 두번째 미션이다. 오늘까지 선택한 도서의 문장을 공유할 것.
    Tip 향을 맡으며 차분히 독서를 즐기는 시간. 향과 어울리는 문장들을 찾아 SNS에 공유하세요~ 다.



    생각보다 부피가 있는 책인지라(<오만과 편견>이다.) 주중에 50여쪽을 지루하게 읽다가 토요일 오후 책을 들고 자주 가는 동네 카페에서 2부까지 읽다가 귀가했다.

    처음엔 너~무 고리타분한 문체에 질려서 이것을 읽는 것은 취미인가, 노동인가를 자문했는데, 3부에 접어드는 순간 저녁 준비를 미루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해졌다.

    그렇지! 소설은 이래야지~ 하며 속도를 내어 토요일에 완독한 후, 넷플릭스에서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오만과 편견>을 찾아 시청했다.

    2005년 개봉 &amp;amp;lt;오만과 편견&amp;amp;gt;


    "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는 <안나카레니나>만큼 유명한 리드라(도입부)는 <오만과 편견>의 시작은 이렇다.

    '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
    ( 책과 함께 배송되어온 향수의 첫노트는 이처람 강렬하다!)

    베넷가의 사람들 -영화&lt;오만과 편견&gt;; 2005, 다음 영화소개-

    소설의 도입부는 현대 독자들이 읽기에는 반감이 생길 듯 하다. 재산깨나 있는 남자가 꼭 아내가 필요한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읽어내리는 데 적어도 저 문장은 베넷여사의 생각을 그대로 뽑아놨다고 봐야할 것이다.

    딸만 다섯인 베넷부인의 인생 최대 목표는 다섯 딸을 좋은 혼처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로 시집보내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은 시민혁명과 산업혁명 시기 여전히 기세등등한 신분제가 자리잡은 영국을 무대로 한다. 상공시민계층이 급 부상하고 시골 지주층이라 할 수 있는 젠트리가 사회 주류로 편입되었지만, 여전히 혈통을 중시하는 귀족 계급의 자부심이 팽배했던 시기, 베넷가는 귀족이긴 하지만 중산층 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는 한미한 가문이다.

    게다가 베넷가는 한사상속 (재산을 상속시킬 때 상속받은 사람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 재산의 원소유자가 다음 세대의 상속인을 지정해놓은 제도) 으로 인해 베넷씨 사후에 살고 있는 저택의 소유가 콜린스라는 친척에게 넘어갈 예정이다. 이러니 경제적으로 아주 풍족하다 할 수 없는 베넷여사로서는 딸들의 결혼에 더 목맬 수 밖에.

    그러던 어느날 인근 네더필드에 새 이웃이 방문한다. 그집은 그들에겐 일종의 별장인 셈인데, 저택의 소유주인 빙리씨는 '유쾌한 용모에 신사다운' 태도로 베넷가의 장녀인 제인과 무도회장에서 만나 사랑을 싹틔운다.

    하지만 동반한 절친 다아시씨는 오만한 태도로 삽시간에 주변사람들의 비호감을 사게되는데 그가 바로 미스터 '오만'씨였던 것이다. '오만과 허영'에 대한 유명한 문장이 다아시씨의 태도에서 나오게 된다.

    “ 오만은, 내가 보기에는 가장 흔한 결함이야.” 메리(베넷가의 셋째딸)가 자신의 깊은 사고력을 뽐내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바로 미루어 볼 때, 오만이란 실제로 아주 일반적이라는 것,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재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31-
    ( <오만과 편견> 향수가 시간이 지나면 본연의 향이 퍼지는데, 이 향은 숙성된 지혜처럼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준다. 이 문장처럼.)

    베넷가의 다섯 자매중 가장 우아하고 침착한 제인은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침착한 성격과 언제나 변함없이 쾌활한 태도에 결합되어 있어서' 그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의 생각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둘이 저토록 사랑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데도 상대방인 빙리씨는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착각할 만큼.

    이것을 간파한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의 절친인 샬럿은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눈치 못 채게 하는 것이 불리할 수도 있어. 여자가 그런 기술로 자기감정을 상대에게까지 숨기면, 상대를 붙잡을 기회를 잃을지도 몰라. ...

    대부분의 경우 애정이라는 감정에는 감사하는 마음이나 허영심이 상당 부분 끼어들어가기 때문에, 애정이 혼자 크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안전하지 못해. 모두들 시작은 별 부담 없이 하지...

    약간의 호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러나 그 호감이 전혀 북돋워지지 않는데도 진정한 사랑을 키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우리 가운데 별로 없을 거야.

    열에 아홉은, 여자는 자기가 느끼는 감정 이상을 보여주는 게 나아. 빙리가 네 언니를 좋아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그렇지만 그 사람이 계속 좋아하도록 언니 쪽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그저 좋아하기만 하고 말지도 몰라.” -33
    ( 향수의 마지막 잔향은 이렇다. 살짝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수줍음이 <오만과 편견>향의 뒤태이다.)

    설상가상으로 속물 근성을 자제하지 못하는 베넷여사와 넷째, 다섯째 딸인 캐서린과 리디아의 가벼운 행동으로 인해 '오만'한 다이시와 빙리의 누이들의 반감을 사게 되고 제인과 빙리의 러브라인은 급작스레 깨어지고 만다.

    뚜렷한 이유를 남기지 않은채 빙리씨 일가와 다이시는 네더필드를 떠난 후 소식을 끊어버린 것이다.

    딸들 시집보내기 계획에 또다른 차질은 베넷가 저택의 상속인인 사촌 콜린스의 방문과 결혼이다.


    스스로 완벽한 결혼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콜린스는 아름답고 우아한 첫째딸 제인을 맘에 두었다가 그녀가 빙리씨와 사귀는 중이라는 말에 곧바로 둘째인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한다. ( 저 꽃! 올해 처음 알게된 낮달맞이꽃!! 낮에 피는 달맞이꽃이라고. )
    비호감 외모를 떠나서 그를 묘사한 대목은 이렇다.

    ‘콜린스씨는 분별력있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교육이나 교제를 통해 타고난 결점을 개선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

    무식한 구두쇠 아버지의 지도를 받고 자란 탓이기도 하고 비록 대학을 다니기는 했지만 졸업에 필요한 학점만을 땄을 뿐, 도움이 될 사람을 사귈 위인이 못 됐던 탓이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를 키울 때 무조건 복종만을 요구했는데, 이것이 그를 아주 비굴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비굴한 성격은 이제 머리는 나쁜데 사람들과 별 교제마저 하지 않는 사람 특유의 자만심과 예기치 않게 일찍 성공한 사람 특유의 자부심에 의해 상당한 정도로 상쇄되었다.

    그는 헌스퍼드의 목사 자리가 비었을 때 때마침 운 좋게도 캐서린 드 버그 영부인에게 추천되었다. 그 바람에 그는 영부인의 높은 지위에 대한 존경심과 후원자인 그녀에 대한 숭배에, 자만심, 성직자로서의 권위 의식, 그리고 교구 목사로서의 권리 등이 마구 뒤섞여 오만과 아첨, 잘난 체와 비굴함의 혼합물이 되었다. -101

    사회에서 가끔 만나는 유형 중 하나 '오만과 아첨, 잘난 체와 비굴함의 혼합물' 인간형.
    강자에게는 입안의 혀처럼 굴다가도 약자앞에서는 천하에 오만한 태도를 지니는 저속한 인간.

    하여간 엘리자베스(리지라고두 불리고 일라이자라고도 불린다.)는 일언지하에 거절하지만, 자만심 가득한 콜린스는 그것이 쑥쓰러운 숙녀의 당연한 처사라 맞받아친다.

    이에 리지가 길길이 화를 내자 콜린스는 그녀의 본심을 알고 낙담하지만, 그것도 잠시 리지의 절친인 샬럿의 위로에 마음을 돌려 사흘만에 그녀와 약혼을 한 뒤 다시 돌아와 결혼한다.


    리지와 마음을 주고받는 절친인 만큼 그녀 또한 사려깊은 사람이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처자이기도 했다.

    ‘남자나 혼인관계 그 자체를 중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혼은 언제나 그녀의 목표였다.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재산이 없는 아가씨에겐 오직 결혼만이 명예로운 생활 대책이었고 결혼히 가져다줄 행복 여부가 아무리 불확실하다 해도 결혼만이 가장 좋은 가난 예방책임이 분명했다.’ - 177

    <오만과 편견>이 쓰여진 시대의 여성들의 삶이란 결혼이야말로 생존의 방편이었던 것이다. -오래된 취집의 역사라니!


    <오만과 편견>은 저자 제인 오스틴의 삶이 소설로 녹여진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녀는 첫번째 결혼할 뻔한 상대 집안에서 가난한다는 이유로 거절 당한 경험이 있었고, 두번째는 콜린스처럼 안락한 삶이 보장된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고 승락을 했지만 곧바로 다음날 거절 의사를 밝힌다. 사랑없는 결혼을 이어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당대의 결혼제도에 대한 통찰은 그녀의 경험과 무관하지는 않을 터.
    하지만 <오만과 편견>을 단순한 연애소설로만 치부할수 없는 이유는 시대에 대한 통찰과 함께 인간 군상에 대한 통찰이다.

    소설 속 인물들을 지금 시대에 옮겨놔도 변함없는 삶을 살아낼 것 같은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가 그렇다.

    그건 그렇고…
    아직 폭풍 전야이긴 하지만 중요한 인물이 등장한다.

    인근 마을에 주둔하게 된 부대의 장교 위컴. <오만과 편견>의 빌런이다.
    소설에서 그는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미남이라고 불릴 수 있는 최선의 모든 조건들, 즉 잘생긴 이목구비와 훌륭한 몸매, 그리고 상대방을 아주 즐겁게 해주는 언변을 구비하고 있었다. ‘-104

    잘 생긴 데다 친절하기 짝이 없는 위컴에게 엘리자베스를 비롯한 온마을의 처자가 반한다.

    그런데 그가 우연히 '오만'한 다이시일행과 만난 뒤 서로 정색을 하는 모습을 리지가 의아해 하자 다이시의 비열함에 대한 언급을 함으로써 ‘오만한 다아시'씨의 이미지는 더 추락하게 된다. 1부에서의 다아시는 음침해보이는 외모와 함께 아주 구린 남자의 모습으로 퇴장한다.
    ———
    산책을 좋아하는 리즈가 걷던 길과 몇몇 지명들의 위치가 궁금해 지도를 검색해보니 동명의 연극을 소개하는 페이스북<달 컴퍼니>에 지도가 실려 있다.


    책을 읽기 전 이 지도를 봤더라면 상상하는데 더 수월했을 것이다.
    책은 완독하였으나 하여간 오늘은 1부만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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