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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는 사람, 하정우>>
    읽다 2021. 7. 9. 15:31

    한동안 MZ세대론이 대세였다면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 새로운 C세대가 등장한다. 코로나 세대. 비대면 수업과 회의를 이어가다보니 낯선 사람들과 대면 접촉을 통해 배우는 기회를 상실한 세대.

    어디 만남뿐이랴. 직접 몸을 쓰는 것보다 모니터를 가까이 하다보니 ‘확찐자’가 많아져 코로나 세대는 비만과도 싸워야한다.


    진즉부터 하정우의 <걷는 사람>을 읽어야지 했다가 두어달 전에서야 손에 넣었다. 두께에 비해 쉬이 읽히는 책이라 휘리릭 읽고 나서 얻은 결론은
    “ 무조건 걷자! 하정우도 잠실에서 연남동까지 걸었다는데, 나라고 못할소냐.”

    서두에서 그는 2011 백상 예술대상에서 “제가 상을 받게 되면 그 트로피를 들고 국토대장정길에 오르곘습니다.”라고 말을 꺼냈다가 실전에 옮기게 된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577km를 걷고 그 과정을 다큐에도 담았다.

    팬들이 아닌 미술계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그의 그림들

    ‘내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41

    그는 영화를 위해 체중을 감량해야할 상황이 되면 걷기를 통해 미션을 완성한단다.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걷기고 했다고

    그는 ‘걸을 때 하중이 거의 없이 가뿐한 상태, 이것이 내가 유지해야할 최적의 몸무게다.’라고 말을 하는데 어느 순간, 어느 곳이든 바퀴가 아닌 발로 움직이는 것을 선택한다고.

    책속에서 공감가는 부분 중 하나가 휴식에 관한 그의 의견이다.

    지치고 피로한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곧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기’는 결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잠시 방에 풀어두었다가 그대로 짊어지고 나가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적어도 일할 때처럼 공들여서, 내몸과 마음을 돌봐야하지 않을까?


    그는 ‘참 쉬운 하루 3만보 걷기 교실’ 부분에서
    ‘생보’=생활 속 걷기와 ‘제뛰’=제자리 뛰기’를 제안한다. “ 도대체 누가 텔레비전을 앉아서 봐?” 그렇다. 그와 친구들은 뛰면서 TV를 시청한다.

    걷기의 매력 중 하나는 날씨와 계절의 변화룰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겨울은 혹독하게 춥지만, 그 추위를 피부로 느끼는 순간조차 내게 소중하다. 104

    책을 읽다 보면 불현듯 나가 걷고 싶어진다. 잠시 사정상 멈추긴 했지만, 그의 말마따나 생보를 실천중이다. 엘베대신 계단, 메신저 대신 직접 가서 전하기 등

    그러나 내 몸과 삶에 나쁜 것은, 내 작품에도 좋지 않다. 부정적인 충동은 절대 예술가의 연료가 될 수 없다. 예술가의 삶은 단 한순가 불타올랐다가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작업하고 이를 통해 인간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한 걸음씩 진보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하루에 단 하나의 점만 캔버스에 찍어나가도 10년이 지나면 나의 시간이 집적된 작품이 완성되어 있지 않을까? 단순한 비유이지만, 나는 예술에서 시간을 견디는 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때로는 두렵고 또 때론 지루한 이 모든 과정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걷기를 통해 내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오랫동안 연기하고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 어느 날에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 또 어떤 날에는 나 자신에게 너무도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작업해나가는 것이다. 나는 인회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고 나아가는 사람이이 되고 싶다. 120

    이 부분을 옮겨 적자니 지금의 상황의 안타깝다. 이토록 자기 관리를 잘했던 사람이 왜 그랬을까?

     

    <오만과 편견>에서는 재산꽤나 있는 독신 남성은 아내가 필요하다지만 하정우를 봐서는 아내가 굳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그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친구?
    생활걷기와 함께 생활요리가 일상인 그의 일품 요리.

    책에는 북엇국 맛집사장님의 비밀병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들기름. - 근데 나는 북엇국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비법을 알아도 하지 않을 듯.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루에 20쪽 정도 책 읽을 시간, 삼십분가량을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맞는 말이다. 작년,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복수가 차오르듯 배가 빵빵해지고 소화가 되지 않아 동네 내과를 찾았다.

    '혹시 위암? ' 혼자 비극적인 상상을 하고 있던 차에 의사샘은 이렇게 말했다.

    "그 나이대에 있는 위염이고요, 운동부족입니다. "

    그 말을 듣자 마자 반사적으로 변명이 튀어나왔다.
    "코로나 때문에 운동을 멎췄어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당시 나는 몸펴기 운동을 하던 중 코로나 상황으로 멈춘 상태였으니까) "

    그러자 곧바로 되받아 치는 의사샘
    " 걸으세요. "

    독서는 찾아서 하는데 운동은 핑계를 대며 멀리했었다. 이걸 다시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노력'에 대한 그의 의견도 새겨들을만 하다.

    보통 ‘노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능한 한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여서 그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는 모습이 상상된다.

    하지만 노력은 그 방향과 방법을 정확히 아는 것으로부터 다른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노력의 방향과 방법을 아는 감독이었고, 노력의 밀도를 높임으로써 모든 작품에 자신만의 인장을 새겨넣었다.

    내게도 당연히 그런 시간이 있었다. 정해진 스케줄도, 무대도 없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당연히 아무런 할 일이 없었다. 만날 사람도 없고, 약속도 없다. 더 가혹한 건 이런 날들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무기력과 우울의 늪에 빠지기 좋은 시기다.

    그때 나는 우선 운동이라도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몸에 활력이 넘치고 표정도 생생하다. 배우에게 그 첫인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디션이 번개 같은 찰나의 순간에 결정된다면, 나는 그 찰나의 순간을 어떻게든 잡아채고 싶었다. 오디션은 삼 분안에 결정되는 잔혹한 경쟁이지만, 보석은 그 짧은 시간에도 스스로 보석을 발한다고 믿었다.

    내 몸에 기운과 에너지를 늘 충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막막했던 시절, 헬스클럽만 세 군데를 다녔다. …

    운동시간외에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면서 오디션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했다. 영화도 계속 보았다. … 또 일주일에 몇날을 정해놓고 영어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언제 어떤 배역을 맡을지 모르기 때문에 무엇이든 준비가 되어 있으면 나중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지금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곧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혹시 내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수시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284~286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그냥 붙인 게 아니라는 것을 책의 끝부분에서 알게 된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292

    잠시 세찬 바람이 불어 고난에 처한 그가 우뚝 다시 일어서서 청정한 길을 걸어가기를. 나도 오늘 걸으며 그를 위해 잠시 기원의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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