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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글쓰는 딸들》#1. 마르그리트 뒤라스
    읽다 2021. 12. 31. 22:56

    전쟁같은 학기말. 해마다 늘어나는 생기부 압박감때문에 온전한 독서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도 《글쓰는 딸들》후기는 파서블 미션이다.

    요즘 출판계는 ‘잊혀진 성’-여성 발굴이 한창인 듯 하다. 하기사 매력적인 남성들의 이야기는 차고 넘치게 했으니까 식상하긴 하지. 뭔가 새로운 인물을 찾자면 제2의 성이 등장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글쓰는 딸들》에 소개된 세 작가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작가들로 그들의 뒤에는 쎈 엄마들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들이 <레미제라블>을 감명깊게 읽었다는 대목에서 올여름 벽돌책과 씨름한 나를 다시한번 칭찬하게 된다.

    알라딘에 소개된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자 소개이다. 그녀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1992년 양가휘와 제인마치가 주연한 <연인> 은 너무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녀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장자크 아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연인>은유려한 영상미로 자칫 포르노로 치부될 수 있는 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뒤라스의 이름, 마르그리트는 엄마의 여동생 그러니까 죽은 이모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기자 출신의 작가인 소피 카르캥은 심리학의 틀로 세 작가와 그들의 어머니를 분석한다.
    이 부분에서 들고나오는 심리학 개념은 대체아이이다. 대체아이란 손위 형제가 죽고 얼마 안있어 태어난 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뒷부분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름이라는 것은 주술적 힘을 갖는 것 같다. 우리네 문화만 해도 자기충족적 예언처럼 자주 불리는 명칭이 나의 정체성과 의식, 무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에 흉사가 생기면 개명도 불사하지 않는가.

    《글쓰는 딸들》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엄마 중 뒤라스의 엄마야말로 자격미달이다. (그런 엄마를 뒤라스는 낙원으로 표현한다.)
    뒤라스의 어머니 마리는 뒤라스에게 ‘간헐적 모생애’를 보이며 평생을 방탕한 큰 아들만을 사랑했다. '간헐적'이라는 말에 주목하자. 이것은 준 것도 아니고 안 준 것도 아니여. 사랑받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이는 그 끈을 놓지 못하고 계속 엄마를 선망하게 된다. (그래서 엄마를 낙원이라고 표현한걸까? 안락함을 제공했던 낙원은 추방이란 단어와 나란히 있으니까.)

    뒤라스가 젖먹이 시절, 마리는 병색이 짙어져 치료차 8개월 넘게 마르세이유에 머문다. 생후 8개월에서 10개월은 어머니와의 자기정체성을 형성하기 시기. 이 시기의 모성결핍은 어린 마르그리트에게 평생 짙은 애정결핍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애정결핍의 아이가 성범죄에 쉽게 노출된다는 문구가 와 닿아서 옮겨보았다. (학교 현장에서 비슷한 현상을 종종 목도한다.)

    그나마 뒤라스에게 안전한 지지대였던 아버지의 죽음은 뒤라스의 정신세계를 더욱 공허하게 만들었다.

    영화 <연인>은 16세의 소녀가 30세의 부유한 중국인 남자를 만나 벌인 원초적인 사랑(이라고 쓰고 외로움이라고 읽는다)을 농밀하게 그렸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원조교제같은 거였고, 그 대가로 뒤라스 일가족은 경제적 지원같은 것을 받기도 한다. 마치 딸이 앵벌이하여 가족을 먹여살리는 느낌이다.


    바쁜 와중에 책모임을 가지지 못했으나 각자가 맡은 부분을 읽고 한마디씩 던지고들 간다.(그래도 패들렛 활동은 마저 하셔야합니다용~)

    《글쓰는 딸들》과 관련된 공통적인 이야기는 서술방식이다.

    작가의 전기같지만,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저자인 소피 카르캥의 현재 이야기가 툭툭 튀어나와 두서없는 느낌을 준다고들 했다.

    하지만 소피 카르캥이 세 작가와 공유하는 지점을 연결해 글을 풀어가는 것이 참신하다는 주장과, 요즘 영미권의 글쓰기 방식이 이런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서 <글쓰는 딸들>과 같은 글쓰기가 요즘의 미쿡의 글쓰기 전형으로 자리잡은 게 아닐까 하는 의견도 나왔다.

    무엇보다 이런 기회가 아니었으면 결코 손에 들지 않았을 <글쓰는 딸들>을 만나게 된 게 크리스마스 선물같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 이 책의 후기는 3부작으로 쓰려한다. 세 작가가 워낙 탁월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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