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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웃집 식물상담소》신혜우, 브라이트, 2022.5
    읽다 2022. 7. 18. 02:51

    섬세한 일러스트가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책 <이웃집 식물상담소>

    교보문고 작가와의 만남 2022.6.24

    은경샘이 교보문고에 리뷰를 쓰기 위해 싸이트에 들어갔다가 작가와의 만남 소식을 접하고 응모해 덩달아 같이 다녀왔다.
    교보문고 종로점 주차난을 생각해 집에 차를 두고 나선 길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나는 느즈막이 참석.
    <식물학자의 노트>를 이미 출간한 적이 있는 신혜우 작가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식물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분야에서 다소 평범할 수도 있을 그녀의 책이 두각을 나타낸 이유는 일러스트에 있다.

    그녀는 영국왕립원예협회 식물 세밀화 국제 전시회에서 4회에 걸쳐 금메달을 수상했다. 해외 식물원, 대학, 연구소등과 활발히 교류하며 국내에 덜 알려진 생물 일러스트 분야에서 두드러진 존재라고나 할까.

    아파트가 주 거주지인 도시인들이 자연을 가까이 하고자 들여온 식물들이 자리한 곳은 베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베란다에서 곧잘 죽곤 하는 식물들이 있다. 벤자민 고무나무라든지 산세베리아, 몬스테라가 그렇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열대식물로 열대우림에서는 20미터도 넘게 자라며 몬스테라의 열매는 옥수수처럼 생겨 바나나와 파인애플 맛이 난다고 한다. 그 누구도 몬스테라의 열매를 베란다에서는 만끽할 수 없는 이유는 자연환경에 있을 것이다.

    작가는 화분에 담긴 열대식물을 성장이 지연된 것이라고 한다.
    '제자리이 있지 않은 것은 뭔가 괴기스러워'라고 말하던 <나의 해방일지>의 김지원의 말이 오버랩되는 구절이다. 우리 모두는 잘 자랄 수 있는 각 자의 위치가 있을 터인데 몬스테라처럼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그 자리를 아직 못 찾아서일 것이다.

    어릴 적 큰 수술 후 잔병치레를 했더 저자는 죽음앞에 조숙했던 듯 싶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 나는 내 사진을 인화하지 않게 되었다. 젊은 시절에 비해 사진이 이쁘게 안나오는 탓도 있겠지만, 두툼해진 사진첩을 언젠가는 불태워야할 불쏘시개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카드에는 담지 않았지만 인간은 잡초와 닮았다.

    데이비드 쿠먼이라는 작가는 '지구상에서 지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고 번식률이 높으며 자원을 확보하고 독점하는 데 능숙한, 멸종시키기 어려운 잡초같은 존재가 인간이라고 했다 한다. 처음 앞구절을 읽을 때만 해도 바퀴벌레를 말하나? 했는데 인간이다. 지구입장에서는 바퀴벌레보다 더 해악스러운 존재가 인간일터.

    꽃집에서 잘라서 파는 꽃을 저자는 절화라고 말한다.
    절화라고 말하지 섬뜩한 느낌이 든다. 구독경제의 발달로 꽃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어 기회가 되면 나도 구독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식물의 입장에서는 잘리는 순간 이미 죽은 것이라는 말에 꽃병에 꽂힌 꽃을 보는 마음이 좀 불편해졌다.

    대부분의 식물은 인간의 사랑이 과해서 죽는단다.
    사람 사이에서나 식물 관리에서나 적당한 거리는 관계를 튼튼하게 한다.

    이 책이 '이웃집 식물상담소'인 이유는 식물상담소를 찾은 이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실려있기도 하거니와 이처럼 내적인 성찰을 어려서부터 해온 저자의 단단한 메시지가 있어서일 것이다.

    누군가가 (특히 부모) 특별히 훼방만 놓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스스로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잘 키워 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요즘 종종 한다. 자신이 가진 것들의 가치와 소중함을 아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 도달점이 아닐런지.

    모든 일이 그러하다.
    주위를 밝히는 빛과 같은 것들은 보이지 않는 공간속에서 시간을 담금질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숨에 화려하게 피는 꽃은 없다. 춥고 긴 겨울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견뎌내야하는 것이다.

    건강이 허락되는 장수는 현대 사회의 축복일수도.
    하고픈게 많다면 포기하지 말고 취미처럼 꾸준히 달고갈 일이다.
    시간과 여건이 되는 그날에 취미로 붙들고 있던 것들에 전념할 수 있게 될 터이니.

    '꿈과 직업을 구분'하면 어떨까 하는 저 말이 이 책에서 가장 와 닿았다.
    젊음에게도 중년에게도 모두에게 힘이 되는 말이어서.

    콩만 우리것이네.
    벼도 중국에서 왔고.


    사는 동안 올곧게 한 길을 한치의 의심도 없이 죽죽 달려가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식물분류학과 생물 일러스트 두 분야를 끌고 가는 저자에게 은사님의 한마디는 커다란 동력이 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은 걸 한다는 건 개척자가 된다는 것이라고.

    모두가 똑같이 달려가는 길은 똑같은 결말, 똑같은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면 일단 쌓아보자. 뭔가는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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