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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 죽음의 격 > 6년에 걸친 조력 존엄사 추적기
    읽다 2022. 9. 5. 17:05

    한동안 웰빙 바람이 불며 먹거리와 워라벨을 중시하는 풍조가 일었다면 웰빙과 함께 웰다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최근의 추세인가보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이 여론>팀이 전국 만18세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력존엄사 및 그에 따른 법제화 지원 정책등에 대한 여론 조사에서 82%의 찬성 의사를 밝혔다.


    <죽음의 격>을 쓴 저자 케이티 엥겔하트는 존암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프래그머츠 영화제에서 '최고 장편상'을 수상한 이후 6년의 집요한 취재 끝에 우리가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될 '존엄한 죽음이 보장된 사회'를 조망하고 있다.

    일찌감치 조력존엄사가 합법인 스위스에서는 외국인들의 존엄사도 수용한다. '편도 티켓'을 끊고 스위스로 가는 외국인 존엄사 희망자들이 거치는 대략적인 절차는 이렇다. (한국일보 2022.08.27)

    '엑시트'와 같은 조력단체와 상담을 통해 존엄사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 존엄사를 실행할 일정을 잠정 확정한다. -> 해당 날짜에 맞춰 스위스에 도착해 조력단체 및 의사와 추가 면담을 거치고 -> 존엄사 일정을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 몇분 안에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약품 '펜토르바르비탈'을 처방받은 뒤 -> 환자가 '직접' 투약해 사망한다.

    생을 마감하는 여정에 가족은 동반할 수 없다. 자살 방조 행위로 구속될 수 있기 떄문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약 1,500만원. 스위스 편도 티켓고 도착해서 머무는 기간동안의 체류비용은 별도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의 취재에 응한 80대의 베티는 복용후 잠이 들고 나서 10~20분 사이에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넴뷰탈을 얻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약을 얻는 과정은 불법이다.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거대 의료회사와 국가로부터 생애 말기의 신체 통제권을 얻어내고자 했던 분투기'이다.

    존엄사에 관한한 스위스가 선두이고 그 뒤를 이어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가 존엄사를 합법화했고 1994년 세계 최초로 미국 오리건 주에서 존엄사법을 통과시켰다.

    존엄사 관련 위법이 행해질 수 있어 그 기준은 까다롭다. '말기 질환을 앓고 살 날이 6개월보다 짧다고 예상되어야 하며 2명의 의사의 검증과, 환자는 18세가 넘고 오리건주 (해당국가)에 거주해야하며 요청 당시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법은 알츠하이머 등 치매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존엄사에서 '존엄'이란 대체 무엇인가?
    존엄을 명확하게 정의하긴 어렵지만 존엄하지 않은 상황은 이야기할 수 있다. 그 누구도 타인에게 대소변을 내 맡기고 싶은 이는 없을 것이다. 치매 혹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이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상황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잃어버리고 대사능력을 조절할 수 없는 경우이다.

    그래서 80대의 베티는 친구들과 죽음의 계 같은 것을 맺고 넴뷰탈을 구한다.

    애견들의 안락사에 사용되는 넴뷰탈(바르비투르산염)의 유럽에서의 수입이 금지되자 대안으로 나온 세코날을 캐나다 제약화사가 사들여 2배 가격으로 올리는 상황을 보건대 '조력존엄사'법이 시행될 경우 존엄사가 새로운 블루마켓으로 떠오르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래서 저자는 '부유한 환자가 원하는 죽음에 먼저 도달하고 가난한 사람은 원하지 않아도 더 살아야 했다'고 지적한다.

    <죽음의 격>에서는 극심한 고통 혹은 알츠하이머 및 정신장애를 앓고 있어 평온한 죽음을 원하지만 존엄사법을 적용받지 못한 네 명의 환자와 존엄사법이라는 제도의 안과 밖에서 평온한 죽음을 돕는 두 명의 의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죽음의 의사 케보키언이 아니다)

    존엄사의 기준이 되어버린 오리건주 존엄사 기준에서 스스로 약물을 복용해야한다는 조항이 있어 약물을 삼키지 못한 환자는 존엄사에 실패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올해 존엄사 관련 여론 조사가행해진 것도 고령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가 노년이 되는 시기를 '그레이 츠나미'로 명명하며 고령쯩의 메디케어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되면 정부는 존엄사 관련 기준을 조정하지 않을까

    조력 존엄사법 통과를 반대하는 이들은 노인 복지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고자 사회적 약자들이 '싸게 죽을 의무'에 내몰릴 상황을 가정한다.

    그것은 노년층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화살은 엉뚱하게 장애인들에게 날아갈 수도 있다.


    <죽음의 격>은 존엄사 관련해서 수업 시간에 찬반토론을 위한 기초 자료로 쓰일 만한 소재가 많아서 주요 문장들을 카드로 만들어 보았다.

    아마도 우리 사회 역시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인정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정부의 재정 문제나 제약회사 및 관련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혀 새로운 시장 모델로 출현한다 해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비판적 이익을 고수하며 존엄하게 살고픈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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