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일기 0406
임용고시 스터디 멤버 중에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교사의 표본을 잘 갖춘 처자가 있었다.
내가 늦은 나이에 임용고시를 준비했고 아무래도 젊은 감각의 그녀가 꼭 합격할 거라 생각했는데, 임용고시와 그녀는 인연이 없는지 늘 고배를 마셨다.
한 눈 팔지 않고 묵묵히 열심히 노력한 그녀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1년동안 같이 스터디를 하면서 알았다. 너무 완벽해지려고 하는 것.
그녀는 모든 자료를 다 섭렵하고 싶은 욕망과 그것을 다 소화하지 못했을 때의 불안을 조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완즈 7이 또다시 나오는 것을 보고 타로일기를 쓰는 동력이 약간은 떨어진다.
그런데 왜 이 카드를 보고 그녀를 떠올렸을까?
시험을 앞두거나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수많은 정보들은 오히려 선택 장애를 일으켜 일의 진척 속도를 더디게 만든다.
돌이켜 보면 소중하게 모은 자료들이 거의 쓸모없을 때가 많은데도 말이다.
너무 혼자만 애쓰는 건 아닌지.
발 아래 있는 것들이 사실은 그닥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들일지도 모르는데, 시야를 넓게 갖고 볼 일이다.
완즈 7 저편 카드가 주는 메시지는 겸손함, 연민, 감사함이다.
어쨌거나 나는 뭔가를 서서히 이뤄가고 있는 느낌인데, 자신의 자부심이 에고를 채우지 않도록 주의할 일이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써야할 에너지는 뭘까?
또 나왔다. 컵4
당신 뜻대로 일이 풀리고 있지 않거나 인생이 무미건조하고 의미없게 느껴질 때 잠시 앉아 쉬는 것도 괜찮다고 말하는 카드.
남자는 배를 놓쳤다.
하지만 놓친 기회에 머무록 있지 말라. 걱정 근심은 우울증으로 번질 수 있고 우울증은 벗어 내버리기 어렵다. 수평선 너머로 아주 멋진 것이 있다고 상상해 보아라.
딱히... 내가 뭘 놓쳤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우울한 건 사실이니 망상이라도 헛된 꿈을 꿔보련다.
오늘 내가 쓸 에너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되 너무 가라앉지 말고 희망을 꿈꾸라는 것.
아,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내가 가진 정보나 자료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라는 것도 조언이 되겠다.